사람들 이야기

Out of Africa의 카렌 블릭센

솔송나무 2009. 2. 12. 00:25

(Out of Africa의 카렌 블릭센)

1934년 카렌 블릭센은 아이작 디네센 이라는 필명으로 "Out of Africa"라는 소설을 발표합니다. 카렌 블릭센의 원래 이름은 카렌 크리스티엔 디네센이구요. 북유럽 덴마크 출신의 가녀린 여인이 거친 아프리카까지 가서 경험한, 그곳에서의 생활과 사랑과 우정을 기록한 자전적 소설입니다. 시드니 폴락은 이 소설을 바탕으로 1985년 영화를 만들고 이 영화는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7개부문의 상을 독차지 했습니다. 사실 20년전 이영화를 보았을때의 느낌은 단순했습니다. 화면에서 펼쳐지는 아프리카 원색의 대자연속에서의 '한여인의 사랑'쯤이었고 배경이 된 아프리카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는 그정도였습니다.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었겠지만 영화속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다른 내용들이 쉽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주인공 카렌(메릴 스트립)이 탄 증기기관차가 아프리카 초원을 가로지를때 시원스럽게 펼쳐진 광활한 아프리카 대자연의 경이로움, 연인 데니스(로버트 래드포드)와 경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의 하늘을 날때 무리지어 나는 홍학떼의 모습등  꽉찬 화면속 아프리카의 환상적인 이미지가 다른 내용들을 덮어버린 것이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영화의 느낌을 얘기하라고 하면 저의 느낌과 대동소이 할꺼라 생각합니다. 얼마전 다시 한번 영화 내용들을 보니 잊혀졌던 감동적인 장면들과 그때 느끼지 못했던 여러 생각들이 복합적으로 떠오르는군요. 카렌은 스웨덴 출신 친척인 블릭센 남작과 결혼을 조건으로 아프리카에 건너옵니다. 별로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하고 낯설은 이국땅 까지 오면서 그녀가 원했던 목적은 아프리카에 자신의 농장을 만들고 그곳에서 보다 나은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한 것이었죠. 사실 여자로서 낯선 이국땅에 오는것 만으로도 결코 쉬운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녀의 험난한 아프리카 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그녀의 내면에 감춰진 모험적이고 진취적인 기질은 한명의 가녀린 여성이 아니라 혁명적 전사다운 모습으로, 때로는 낭만적인 모습으로 그녀를 끊임없는 모험의 세계로 이끕니다. 카렌의 커피 농사는 시작되고 남편 블릭센은 농장일에는 관심이 없고 사냥하는 일에만 몰두 합니다. 그런 와중에 카렌은 사냥을 나갔다가 사자에게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이 위기를 구해준 데니스을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됩니다. 카렌은 전쟁터에 나가있는 남편을 만나기 위해 갔다가 남편에게 매독이라는 병을 옮아와 치료차 잠시 덴마크로 돌아가지만 아프리카를 못잊어 다시 돌아 옵니다. 남편은 여전히 농장엔 관심이 없고 사파리에만 관심을 둡니다. 그녀는 원주민들의 문맹을 깨우치기 위해 학교를 만들어 글을 가르치고 선교사업도 하며 키쿠유족들과 인간적인 관계도 유지하게 됩니다. 이 영화의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들어 내며 연인 데니스와의 사랑도 깊어지며 한편으론 두사람의 사랑에 대한 또다른 방식을 확인하게 됩니다. 카렌은 자유로운 방랑자적 모습의 데니스에게 자기 곁에 머물러 줄 것을 원합니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과 같은 방식으로 살기 싫어하는 데니스는 카렌의 '소유'에 대한 생각을 바꿀것을 얘기하며 그녀의 곁에만 머무르기를 거부합니다. 어느날 커피농장은 불에 타고 빈털털이가 된 그녀는 그녀의 물건들을 경매하고 덴마크로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돌아가기 전날 브로로부터 데니스가 비행기 사고로 죽었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그녀는 은공마을 언덕에 데니스를 묻고 쓸쓸한 추억을 남긴 채 덴마크로 영원히 돌아갑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영화의 아름다운 장면들이 우선 떠오를 것입니다. 케냐의 항구 몸바사에서 나이로비로가는 넓은 초원을 가로지르는 기차, 넓은 커피농장과 대초원에서 평화로이 거니는 야생동물들, 아프리카 대초원의 붉게 물든 노을, 이것들을 배경으로 흐르는 모짜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등 영화에서의 아프리카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고 목가적인 모습이었고 평화로운 풍경 그자체입니다. 가장 결정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연인 데니스와 경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의 하늘을 나는 모습입니다. 큰 호수위에 무리지어 춤을 추는듯 나는 플라밍고떼, 그 위를 경비행기가 날때의 모습은 너무나 환상적이며  영화속  최고의 장면이 연출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여주인공의 모험과 낭만적인 사랑만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식민지 시대의 제국주의의 오만과 편견 그리고 그들의 탐욕적 행태, 그 시대의 결혼관, 두 주인공의 색다른 사랑의 방식, 연인 데니스로부터 영향받은 카렌의 제국주의적 사고의 탈피, 그 정립된 생각속에서 키쿠유족들과의 우정과 배려, 그리고 연인과의 이별의 아픔등 주인공 카렌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이 파노라마 처럼 영화속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식민지 시대의 아프리카의 아픈 역사와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한 서구의 제국주의적 야욕은 이 영화의 낭만적 사랑 뒤에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에는 제1차세계대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영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은 케냐의 원주민들까지 자신들의 전쟁에 투입하고자 했으며 이미 영국의 식민지가 된 케냐의 원주민들은 그들의 터전을 빼앗기고 이방인인 백인들은 새로운 주인으로 등장합니다. 그들은 정복자들의 영구적인 이주를 정당화하기 위해 대규모 농토와 농장등을 소유하고 커피와 차등을 재배하며  아예 케냐를 백인국가로 만들려는 당시 서구 제국주의의 야욕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일제가 조선을 침탈하여 우리에게 했던 그 모습들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일제가 토지조사 사업으로 땅을 빼앗고 문화말살 정책등과 같은 정신을 빼았았던 행위가 그시대 케냐에서도 일어나고 있었으니까요. 데니스는 학교를 세워 글을 가르치겠다고 하는 카렌에게 '그들을 영국화 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하고 카렌이 농장을 가지려고 하는 소유욕에 대해서도 '모든것은 단지 스쳐 지나갈 뿐이다'라며 욕심을 부리지 말것을 충고합니다. 데니스는 그의 백인동료 버클리와의 대화에서도 케냐에 있던 킬리만자로를 탄자니아로 멋대로 넘겨주는 것에 대해서 영국 빅토리아나 독일 카이저는 같은 부류라며 서구 제국주의의 아프리카 점령을 신랄히 비판합니다. 모든것을 잃고 아프리카를 떠날 때 카렌은 원주민인 키쿠유족에게 그들이 생활하고 경작 할 땅을 남겨주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제국주의 영국관리들은 '모든땅은 영국 왕실 소유의 땅이니 그들에게 줄 수없다'며 화이트 아일랜드(백인전용토지)의 역사적 사실도 증명해주며 식민지 시대의 백인중심의 사회상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1918년 약 4년4개월에 걸쳐 진행되던 제1차세계대전이 연합군의 승리로 끝이나고 케냐의 나이로비 거리에는 영국 국기를 휘날리며 전쟁에서 돌아오는 병사들과 그들을 환호하며 뒤따르는 케냐인들의 모습으로 가득 찹니다. 이 장면은 우리 근대역사의 아픈 한 장면, 일제에 의한 군대징용의 역사를 눈앞에서 보는듯 합니다. 피지배자의 입장에서 우리의 역사나 아프리카의 역사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카렌 여사는 새로운 세상에 대해 우쭐한 기분으로 기록했던 많은 책들의 작가들처럼 아프리카의 생활을 단지 과거속 하나의 경험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던듯 합니다. "Out of Africa"라는 말이 단순히 '아프리카를 떠나며'라는 말이 아니라고 하는군요. 카렌여사는 이 제목을 "모든 새로운것은 아프리카에서"라는 라틴 철학자의 문구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그녀가 단지 아프리카에서 느꼈던 자신의 경험만을 얘기하고자 소설로 쓴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프리카라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경외심과 모든 새로운 창조는 그중심이  아프리카라는 큰 깨달음과 그곳에 대한 존경심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카렌여사가 살았던 케냐의 나이로비 농장저택에는 '카렌 박물관'이 만들어졌고 지금은 많은 관광객이 그곳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카렌이 우쭐한 마음으로 이소설을 썼다면 아무리 돈이 좋다 하더라도 케냐 당국이 카렌 박물관을 계속 놓아두지 않겠지요. 오늘 우연히도 카렌여사가 경험했던 아프리카에 대한 경외심이 간접적인 것이지만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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